● 개 같은 내 인생, 그래도 살아야지 🙃
"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는걸까? 왜 할미는 뜨개질을 멈추지 않고, 왜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매일 학교에 가야만 하는 걸까? 천사들이 우리머리 위로 시커먼 재를 갈수록 많이 뿌려 대고 있는데 말이다. 내가 자라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인생 내내 계속될 슬픔이 시작되었다. 난 한 사람 잃는 것으로 충분하다고생각하지만, 그 뒤에도 또 나가서 계속 싸워야 하는 것이다." _『개 같은 내 인생』 105쪽
잉에마르는 참 속이 깊네요.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다 한다니요. 저는 속마음을 다 보여주는 게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중학생 때 깨달았지만, 온몸을 기대고 털어놓을 어른이 곁에 있어서 크게 외롭지 않았습니다. 대학생이 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늘었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해결하는 일도 많아졌지요. 부모님이 나이 드시는 모습도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고요. 그때부터 꼭 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슬퍼할 일은 늘어나는데,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아도 씻고 옷 입고 가방 챙겨서 나가야 합니다. 나 자신과 한 약속, 다른 사람들과 한 약속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마음대로 조퇴 신청서를 내도 받아 줄 어른은 이제 없고요.
나는 내게 적합한 현실의 결핍에 시달려왔다. 현실이 얼마나 감당이 안 되던지, 나는 그것을 줄곧 놀이로 대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나는 그 어떤 것도 하지 말라고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모든 게 놀이여야 했다. _『개 같은 내 인생』 160~161쪽
그래서 저는 유머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대단히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웃음 장벽을 낮추기로 했지요.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역경에 상처받고 분노하고 슬퍼하지만, 그런 슬픈 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입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 의외로 웃길 때가 있거든요. 지난달에 여러 가지 힘든 일이 겹쳤던 적이 있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어깨에 걸고 나온 수건을 눈 깜짝할 사이에 잃어버렸어요. 갑자기 세상 모든 것이 미워지고 서러움이 밀려와서, 어두운 골목길을 엉엉 울면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울다가 문득 그런 제 모습이 떠올랐는데, 좀 웃기더라고요. 머쓱하게 “허허…” 웃으며 새 수건을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음껏 슬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슬픔을 유연하게 웃으며 추스르는 것도 참 중요하다는 걸 20대 중반을 넘긴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어른이 되면 웬만한 일에는 의연해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슬픔에 무뎌지는 건 아니더군요. 오히려 예전에는 몰랐던 슬픔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슬픔을 느끼지 않는 법이 아니라, 슬픔을 안고도 하루를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 간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웃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잃어버린 수건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힘든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지요. 그래도 한참 울고 난 뒤에 제 모습이 조금 우스워 보였다는 사실은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어도, 그 상황을 바라보는 제 시선은 조금 바꿀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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